-----
남가주에 부는 한국발 벤처바람 확장하려면…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남가주에 한국발 벤처바람이 불어왔다. 지난 2월3~4일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센터장 오덕환)의 주최로 한국 스타트업 10개 기업이 사업설명회(IR)를 가졌다. 남가주에는 최근 2~3년새 벤처바람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샌타 모니카는 실리콘비치로 불린다. 어바인(Irvine)과 레이크 포리스트(Lake Forest) 경계에는 이미 많은 벤처들이 자리잡고 있다.
IR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열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미리 자료도 받아 스터디도 열심히(?)했다.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준비된 벤처였다. 대부분 참가기업들이 이미 한국에서 시리즈A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제품과 서비스도 런칭됐다.
어린이용 교육컨텐츠 '키즈 글로벌'을 개발한 블루핀(Bluepin)의 모바일앱은 이미 다운로드만 3000만건이 넘었다.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 엔피코어, 데이터 마이닝 '타조'를 서비스중인 그루터,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통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 '비콘'을 개발, 서비스하는 퍼플즈, 영어발음을 교정해주는 클리어스피치를 개발한 베코스, 3D 사진과 동영상을 360도로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넥스트이온 등 검증된 스타트업들이 왔다.
설명회에 참가한 기업들은 다른 행사에서처럼 미국 진출과 파트너, 투자자 상담을 원했다. 센터는 기업들을 위한 홍보무대를 2차례 마련했다. 샌타 모니카와 뉴포트비치. 이곳 벤처 기업이 행사를 주관했다.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컨설팅, 마케팅 관련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행사에는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는게 센터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렇다. 벤처 관련자들은 참가한 한국기업들의 아이디어와 팀구성, 제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아쉬움이 남는다"
태평양을 건너 짧게는 4일, 길게는 2주 정도 이곳에 머무는 기업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서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과 참가기업 관계자들 그리고 취재 이후 만난 한인 벤처 관련 기업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대부분 글로벌 진출 준비를 마친 기업들이 참가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현황이었다.직접 투자, 컨설팅, 마케팅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도 원했다. 그러나 한계가 보였다.
"설명회 형식은 그래서 아쉬웠다"
10개 기업이 각 5분간 연속으로 설명했다. '30초 엘리베이터 피칭' 이 주목받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간단한 질의응답 기회도 없었다. 궁금한 것은 1시간여 뒤 식사와 함께 제공된 오픈 공간에서 가능했다.참석자들이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졌다. 뒤이은 참가기업의 아이템이 참석자들의 이목을 덜 받아야했다.
"피칭 내용은 더욱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센터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기업들과 설명회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센터는 참가기업들의 프리젠테이션 내용 구성과 단어 선택, 언어 사용 등을 조언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 내용은 참가기업들의 진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을 뿐 감동은 없었다. 많은 글들이 화면을 채웠다. 간결함이 부족했다. 일부 발표자는 너무 떨어 설명을 듣기 힘들었다. 또 다른 발표자는 숨쉴 틈 없는 제스처로 집중하기 힘들었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했다. 발표자들은 참석자들과 공감하기보다 '뛰어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고자 했다. 제스처와 영어 발음도 많이 봐온 다른 스타트업들과는 차이가 컸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보완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쉽다"
참석자들이 5분 동안의 설명으로만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명회 장소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적어도 대형 보드판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칵테일 파티 형식의 설명회 후 식사 자리는 많이 불편했다. 참가기업 관계자들 중 영어사용에 부담이 없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한 구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데모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참석자들과 기업들간의 미스매치도 눈에 띄었다"
참가기업들의 면면은 초기 벤처를 넘어 시장 안착을 준비해야 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보다는 실리콘비치가 나았을 수 있다. 수많은 벤처들이 있는 실리콘밸리보다는 잠재력이 더 큰 Southern California가 유리했던 것.
특히 최근 들어 투자, 인력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네트워크를 갖춰가는 산타 모니카와 어바인에서 행사가 열린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면면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벤처캐피탈도 컨설팅사도, 앤젤투자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왠지 부족한 느낌이었다. 행사 후 참석자들과 기업 대표 또는 개발자들이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들 역시 비슷했다. 기업들과 참석자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없었던 것은 상호 이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보부족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설명회 형식과 내용 면에서 느껴졌던 진한 아쉬움은 홍보 부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설명회는 행사 1개월 전에서야 이곳 현지에 알려졌다. 그마저도 한국 포탈 사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찾아볼 수 있는 정보였다. 아쉬운 점이다. 남가주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수많은 한인 벤처종사자, 엔젤투자자들이 설명회에 참가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참가기업들에게는 현지 미국의 트렌드와 시장정보 그리고 여러 사례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테니까. 특히 최근 불고 있는 Southern California 한인 커뮤니티의 벤처바람이 설명회를 기회로 커뮤니티 전체로 이어졌다면 참가기업들에게는 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참가기업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설명회에 임하고 후에도 네트워크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열정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하기에 충분했다"
남가주에서는 처음 열린 한국 벤처, 스타트업의 행사였다. 2일간 행사에 참가하면서 한국 벤처들의 차고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처음부터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이번 설명회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서 조금 더 완성된 형태의 설명회, 벤처 이벤트들이 남가주에서 자주 열렸으면 한다. 미주에서 가장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Southern California에서 한국 벤처들이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