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같은 스타트업에서 강백호같은 개발자 찾습니다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어느 쪼렙 스타트업의 독특한 채용공고
누구에게나 팀이 필요합니다.
마음 맞는 팀이, 필요합니다.
만약 북산을 만나지 않았다면 강백호의 인생은 한낱 철모르는 양아치로 끝났을 겁니다.
정대만도 그냥 동네 깡패였을지 모릅니다.
실력 좋은 서태웅도 마찬가집니다.
실력이야 나무랄 데 없겠지만, 모난 성격을 받아준 북산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스타트업 계의 북산’을 같이 만들어갈 분을 찾습니다.
부족한 실력을 근성으로 이겨내는 강백호,
묵묵하게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채치수,
실력으로 꿀리는 건 절대 용납 못하는 서태웅,
불꽃같은 열정으로 밤 새워 타오르는 정대만,
단신 핸디캡을 노력과 스피드로 극복한 송태섭.
이 다섯 사람 중 한 명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면, 연락주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모집분야
■ 모바일 (안드로이드 / 아이폰) 개발자 0명
■ 웹 개발자 0명
필요기술 및 언어
■ 모바일 : android, ios, restful
■ 웹 : node.js, angular.js, mongodb, express(MEAN Stack), javascript, jQuery, 웹표준, css3, html5, AWS, restful
■ 아니면 저거 다 몰라도 그냥 알고리즘 및 객체지향에 능숙하신 분(한땀한땀 알려드림).
지원 전형 1. 강백호 전형 : 연봉 or 연봉+지분 협의
■ 불타는 열정과 똘끼급 도전정신으로 충만하신 분. 실력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근성 하나는 비밀병기급이라고 자부하시는 분. 유쾌하고 즐겁게 일하면서 6개월, 1년 만에 몰라보게 성장하고 싶으신 분. 휴학할 의사가 있으시다면 재학생도 가능.
2. 서태웅 전형 : 연봉 최대 4천만원 + 지분 + @ (협의, 포트폴리오 필수)
■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개발 실력이라 자부하시는 분. 무슨 문제만 생기면 모두가 나를 찾는 분위기에 익숙하신 분이자, 그런 분위기에 속에서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시는 분. 오만하지만 그럴만해서 겁나 쿨해보이는, 수퍼 개발자에 근접하신 분.
모집형태
■ 직원 : 현재 종이 쪼가리인 스톡옵션 따윈 필요없다. 100% 연봉으로 달라.
■ 동업자 : 나 먹고 살돈만 달라, 나머진 지분으로 달라.
■ 직원 + 동업자 : 돈도 좀 벌고싶은데, 창업도 관심있다. 적당히 믹싱하자.
우대사항
■ 웹, 모바일 및 백엔드 - 프론트엔드를 자유롭게 넘나드실 수 있는 분.
■ 웹, 모바일 경험 별로 없어도 자료구조나 객체지향 등에 능숙하신 분.
■ 대학생의 경우 자료구조 및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이수, 성적이 A 이상이신 분.
■ 게임 프로그래밍을 해보신 분(3D면 더 좋음).
■ 프로그래밍 공부하는 걸 낙으로 삼으시는 분.
근무여건
■ 근무지: 마포구 상수동
■ 복지: 4대 보험, 식사, 간식, 자기개발 적극 지원
■ 업무환경: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주 5일 10시 출근-6시 퇴근. 개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고 유연하게 근무 시간 조정 가능.
■ 특전: 야식비 지원, 도서비 지원, 소개팅 지원.
간략한 회사 소개
■ 팀원 현재 3명. 개발자와 마케터 그리고 자금 지원을 해주는 현직 의사 한 명으로 구성. 평균 연령 20대 후반. 배우는 걸 즐기며, 각자 자기 분야에서 쪽팔리지 않을 만한 실력은 갖추고 있음.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엄청나게 긍정적이며, 때때로 조울증 증세를 반복하지만 삘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폭풍같이 일함. 말 잘 통함. 정말 보기 드물 만큼 커뮤니케이션과 서로 간의 배려가 좋은 팀. 성공 의지와 근성, 책임감은 그냥 기본. 현재 약 3가지 아이템 보유 중이며, 하나씩 진행해 나갈 계획. 커피 한잔하며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연락주세요.
지원 방법
■ recruit@slogup.com 으로 아래 양식의 간략한 이력서를 보내주세요. 자소서, 포트폴리오 등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뭔가를 같이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이 떠 있으면 아직 구인 중입니다.
■ 기술 면접 있음. (부담 없이 개발자의 기본 자질이 있는지만 테스트)
■ 문의 환영: 010-XXXX-XXXX 이화랑
010-XXXX-XXXX 김상천
---------- 양식 ----------
[전형]
1. 강백호 전형( )
2. 서태웅 전형( )
[형태]
1. 직원( )
2. 동업자( )
3. 직원 + 동업자 ( )
[분야]
1. 웹( )
2. 모바일( )
[우대]
자신이 우대사항에 속해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용기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언어를 알려주세요.
[경력]
취업/미취업 경력, 유관/무관 경력 다 좋습니다. 살아온 궤적을 알려주세요.
[성격/특징]
“나 이런 사람이니 알아놔라”하는 부분 명시.
[학력]
학력 제한 없습니다. 적을 사람만 적으세요.
[내가 원하는 회사상]
원하는 회사에 대해 적어주세요.
*위 채용공고는 현재 모집중인 공고가 아닌 이전 공고의 복사 붙여넣기입니다.
스타트업계에서 좋은 개발자 팀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우선 개발자가 필요하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시 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다. 그러니 좋은 개발자 구하기는 늘 어려운일일 수밖에.
화랑이(슬로그업 대표)와 둘이서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던 작년 초엔 우린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채용공고를 올려봤지만 아무도 연락해오지 않았다. 교수들께 소개를 부탁하는 이메일도 50통이 넘게 돌려봤다. 몇몇 분들이 "보기 좋다 잘 해봐라" "찾아보겠다" 같은 답장을 주셨지만 결국 소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내세울 제품 하나 없고, 이 바닥에서 흔하디 흔한 대기업-명문대 출신도 아닌 우리를 누가 덜컥 믿고 함께하자고 말하겠는가.
"형 평범한 공고로는 안 되겠어요, 좀 특이하게 해보죠."
화랑이는 눈에 띄는 독특한 채용공고를 원했다. 그날 온종일 컨셉을 고민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슬램덩크 사진을 보고 빡 느낌이 왔다. 북산은 평범한 사람들, 아니 세상의 기준에 비춰보면 어쩌면 평균 이하의 인생들이 모여 근성 하나로 전설을 만들어낸 팀이다. 끈끈한 근성, 불꽃같은 열정. 우리가 원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고를 올린지 40분 만에 한 개발자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저녁이 되자 수십 통의 이력서가 이메일함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며칠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분은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지원 PT'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언제 만나면 좋을지 여쭙자 지금 사무실 앞이라고 했다. 잠깐 당황스러웠지만 때마침 점심시간이고 해서 그럼 식사를 함께 하시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얼굴도장 찍자 마자 우리는 김치찜을 먹으러 갔다.
으아니, 소연이라니. 그분께서 만들어온 입사지원 PT는 '채소연 전형'이었다. 물론 공고에 그런 건 없었다. 이 분의 이름은 종열이형이다. 종열이형은 두 번의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고, 개발과 기획에 영업까지 두루 경험해본 사람이었다. 종열이형은 그런 자신이 강백호도 서태웅도 아닌 또 다른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말 함께 하고 싶어서 공고를 보자마자 없는 전형을 만들어 불쑥 찾아왔다고 했다.
종열이형을 보내고 화랑이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도위형(슬로그업 전략팀장, 현재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일을 병행하고 있다)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 셋은 만장일치로 종열이형을 팀원으로 받아들였다. 사실은 이 때 30명 넘는 지원자분들이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볼 것도 없이 종열이형과는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우리의 채용 계획은 2명이었다. 화랑이는 앞으로의 면접에서 더 좋은 지원자가 2명 이상 나타나면 없는 TO를 만들어서 추가로 채용하자고 말했다. 자신이 무리해서 외주 하나 더 하면 월급 줄 수 있다고(얘는 늘 이런 식이다. 아마 나보다 일찍 죽을 것 같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없는 전형을 만들어 오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사실이다. '송태섭 전형' '정대만 전형'은 물론 심지어 '안경선배 전형'까지 있었다. 아래 이미지들 역시 당시 지원자들께서 보내준 실제 '이력서'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지원해주신 분들 중엔 고등학생부터 과고 조기졸업에 카이스트 석사 학력자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셨다. IT직업학교 출신부터 아이비리그, 대기업 출신, 또 IT업계에서 20년을 일해오신 44세 베테랑까지. 지역도 다양해 부산에서 KTX를 타고 와주신 분도 계셨다.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다 있었다.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찾아주시는지, 정말 너무 감사해서 우리는 몇 주간 한분한분 모두를 만나뵙고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면접이라기보다는 티타임을 가지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분한분께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게 지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면접 형태가 아니라 역으로 우리도 우리를 소개하는 PT자료를 만들어 보여드리며 지원자들께 우리의 계획을 설명드렸다. 없는 돈을 털어 면접선물(개발자의 필수품 머그잔)도 드렸다. 이 업계에 첫발을 디디며 이쪽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뵙는 것은 우리에게도 값진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건 정말로 큰 공부였다.
아쉽게도 그 후 막 일을 시작해보려는 때 '채소연 전형' 종열이형과는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 서로의 건승을 빌며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종열이형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잘 지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준 재능있는 개발자들이 많았기에, 우리는 다른 2명의 개발자 승중님(슬로그업 iOS 개발자)과 인정님(Android 개발자, 지난달 회사를 옮기셨다. 인정님 마지막 날 영화보고 짜장면 먹고 스타 팀플레이를 했다. 그녀는 우리를 처참히 발르고서 한쪽 입고리를 올린 채 나이키 웃음을 지으며 떠났다. 인정님과의 팀빌딩과 아쉬운 퇴사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의 연재에서 다뤄볼 예정이다)과 팀을 꾸려 무사히 서비스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분에 넘치게 함께 하고픈 좋은 분들이 너무나 많아서 결정하는데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독특한 채용공고 하나로 우리는 산뜻하게 스타트업으로서의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그때 일이 무척 재밌고 기분 좋은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기려고 채용과정을 보도자료로 만들기도 했다. 개발자 구하기 어려운 이쪽 사정을 잘 아시는 여러 기자분들께서 감사하게도 기사로 내주셨다. '마케팅으로서의 채용공고'라는 접근법은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우리를 만족스러운 팀원모집 성공으로 이끌었다. 왜 이력서가 안 오지? 라고 혹시 지금 생각하고 계신 초기 스타트업분들이 계시다면, 우리의 작은 사례가 용기를 내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2부에서 계속. 이후에도 이어진 독특한 채용공고들과 재밌는 헤프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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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하시는 스타트업 여러분. 서로 어떻게들 일하고 사시는지 재미난 이야기들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
https://brunch.co.kr/@nounsverbs/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