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귀국한 게 1998년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게임에만 관심을 두다 보안업체로 옮긴 것은 게임산업에 꼭 필요한 일이 보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에서 매년 소규모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파티를 열어 8년째 만원사례를 만든 '게임 인맥의 여왕' 메리 민(한국명 민인숙)이 한국의 보안 스타트업 에스이웍스에 합류했다.
민 부사장은 "게임 개발 1세대로 개발과 서비스, 퍼블리싱을 해오다 회사를 매각하고, 잠시 쉬는 중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그때 합류할 회사의 조건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할 것, 한국계 회사는 아닐 것, 세일즈 업무는 안 할 것이었는데 결국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리텔레콤 이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조이맥스 등에서 게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미국에서 소셜게임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정했다. 민 부사장은 "게임 산업에 대해 중국은 밀어주고, 미국은 방관하며, 한국은 규제하고 있다"며 "미국이 방관하는 것은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세금을 잘 내고,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느냐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
그가 꼽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문화적인 특징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민 부사장은 "상사와 존댓말을 하느냐 반말로 이야기하느냐 일 것"이라며 "상사가 직원과 이야기할 때도 낮춰 말하지 않고 직원을 존중하면 직원과 상사가 더 진솔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발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민 부사장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기획서가 나오고 상세안이 나오는 데 여기까지 개발의 삼 분의 일이 소요된다"며 "여기서 개발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아 시제품이 나오고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고 말했다. 반면 개발자가 우선 되면 현재 가능한 문제와 보강할 점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뤄져 개발이 쉬워진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민 부사장은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해 현지인을 채용하는데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며 "의사소통을 위해 교포를 쉽게 채용하는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상거래 업무에 변호사가 필요해 변호사마다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다른데 비용이 싸다고 아무 변호사에게 자문을 맡겼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것. 민 부사장은 법인 설립 초기에 들어가야 하는 비용은 아끼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