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참가업체 가운데 IT업체 전병규 대표(사진 왼쪽)와 최대종 대표가 지난 21일 본사 사장실에서 만나 ‘불교계에 왜 정보화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신도자료 컴퓨터서 꺼내 ‘포교’에 활용해야
불자업체 경험.기술력 경시하는 풍토 ‘아쉬움’
“한 사찰에 갔더니 스님이 생일자 명단을 정리하고 계세요. 그러더니 한달치를 묶어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거에요. 몇일에서 몇주 먼저 받는 생일축하 문자와 생일날 아침에 받는 문자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감동 있겠어요? 대부분의 사찰 종무행정을 보면 ‘전산화’ 수준이에요. 이를 정보화 단계로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병규 탑스컴 대표이사가 지적하는 정보화의 필요성을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다. 불교계가 전산화에 눈을 돌린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컴퓨터가 활성화되던 시기부터 전산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급변하는 외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최대종 대표는 “불교의 정보화는 신도정보를 입력하는데 그치고 있다. 많은 사찰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신도들의 성향과 요구를 분석하고, 포교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홈페이지를 만들지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지적했다.
“불교는 매우 매력이 있는 종교입니다. 한 예로 혜민스님은 ‘32만명의 팔로워’라는 세계적인 기록을 갖고 있어요.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님들과 직접 대화할 기회를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SNS는 동시에 수천, 수만명과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최대종 대표는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 등을 만드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는 포교 효과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효과가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여행지의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사찰을 갈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사찰에 담긴 스토리를 통해 일반인이 다른 관광지 대신 절을 찾는다면 곧 포교가 아니냐”는 반문. 전병규 대표도 “홈페이지를 구성할 때 사찰에서 알리고 싶은 것 보다, 신도와 일반인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찾고자 하는 욕구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의 한 사찰에 갔더니 스님이 대뜸 반야심경을 해보라고 시켜요.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신도관리 프로그램 정보는 업체에 고스란히 보관됩니다. 불자의 정보를 타종교인이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입니다.”
두 업체는 모두 불교와 관련된 IT산업에서 10년 이상 활동했다. 다나가 13년, 탑스컴이 12년째다. 어려운 점을 물었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불교 전문업체를 바라보는 스님들의 시각”을 꼽는다.
“이상하게도, 불교계 전문 업체라고 소개하면 기술력이나 수준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어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발전하는 기술은 많은 업체가 금세 습득합니다. 하지만 경험은 쉽게 습득할 수 없어요. 경험이 풍부해야 사찰과 단체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과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최대종 대표)
“불교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이 신심을 갖고 ‘불교를 위해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관공서나 기업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힘들게 업체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척해 왔어요. 많은 분야의 업체들이 공통적일 겁니다. 그들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풍토가 필요합니다.”(전병규 대표)
두 업체는 왜 이번에 불교박람회를 참여했을까. 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을까. 전병규 대표는 “종무행정프로그램을 통해 신도관리 체계를 넘어 어떻게 포교를 하는지” 보여 주고 싶단다. 신도 인적사항을 등록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포교가 가능하다는 것. 최대종 대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방점을 찍었다. 다양한 SNS 활용을 통해 젊은 층을 포교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묻어 있었다.
전병규 대표는 불교미술을 하는 큰 형님과 송광사에서 출가한 셋째 형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찰에서 살다시피했다. 최대종 대표는 고등학교 학생회를 시작으로 대불련, 대불청 활동을 꾸준히 한 불자다.
“보다 많은 사찰, 단체가 박람회에 참가하길 바랍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상생하는 시간이 박람회입니다.” 두 대표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