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소성렬 기자] 스마트폰 혁명의 흐름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호텔, 펜션, 모텔 등 숙박시장도 이에 속한다. 호텔 등 숙박업소는 실수 없이 예약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박시장에 모바일로 무모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하나 있다. 바로 당일 예약 전문 서비스 ‘호텔나우’다.
“폐쇄적인 숙박시장을 바꿔보고 싶다”
날씨가 좋아서 무작정 놀러 간 부산 해운대. 저녁이 되어서 빈 방을 구하지 못해 쩔쩔맨 경험이 있었다. 물어보니 주변에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여럿 있었다. 호텔나우를 창업한 김가영 대표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처음에는 당일 빈 방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생각했었다.
“오늘 빈 방이 있다면 할인해서 예약까지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다른 곳보다 업소를 판매할 기회를 더 높일 수 있고, 고객은 할인 받아서 예약할 수 있으니 서로 분명히 이득이 있다고 예상했죠.”
알고 보니 미국에서도 이미 당일 예약 앱이 대세였다. 꼭 우리가 하지 않아도 이 아이디어가 정말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에, 입학하기로 돼있던 법학전문대학원도 등록 포기했다. 이 아이디어를 들은 대학 동기도, 입사 예정이었던 대형 은행 취업을 버리고 합류했다.
동갑내기들이 모여 창업을 했지만 시작부터 영업은 쉽지 않았다. 호텔업계가 인맥으로 유지되는 폐쇄적인 구조였기 때문. 기존에 대기업과 갖고 있던 끈끈한 관계 때문에 새로운 업체의 당일 예약이라는 시스템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끈질기게 찾아간 끝에 몇몇 호텔 지배인들이 계약을 해주었다. 그때부터 영업이 풀리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호텔업계가 조금씩 문을 연 것이다.
“계속 되는 론칭 연기를 딛고”
영업이 한숨 돌리니 개발에서 일이 터졌다. 사실 ‘호텔나우’의 론칭 예정일은 6월 초였다. 7월 말인 현재까지 앱이 출시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을 다니느라 개발에 소홀했어요. 곧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약 없이 계속 늦춰졌죠.”
결국 외주로 진행 중이던 개발을 중단하고 창업멤버로 들어온 개발자가 새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론칭은 한달 뒤로 또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호텔과 고객들의 기대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 사이 경쟁사도 등장했다. 소셜커머스와 대기업도 당일 예약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들렸다. 초조했지만 남은 시간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에 영업지역도 늘리고, 앱 콘텐츠도 강화했다. 그러던 와중에 난관을 타개할 방법이 떠올랐다.
“전화로 호텔예약을 받아보면서 시장가능성 느껴”
‘호텔나우’는 지난 2주 간 전화 예약 서비스를 시행했다. 론칭이 늦어지는 만큼 고객들에게 빨리 다가갈 방법을 찾고 싶었기 때문. 가끔씩 밤늦게 호텔을 찾는 전화가 온 것도 전화 예약을 시작한 이유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홍보도 덜 된 작은 회사에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오히려 론칭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기 어려워 전화 예약은 당분간 쉬기로 했다.
“주로 밤 8시~10시 사이에 전화가 가장 많이 왔어요. 주말에는 하루 종일 오고요. 호텔 방을 확인하고 가격 협상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더라고요.”
숙박예약의 시점이 과거에 비해 2~3일로 단축됐고, 모바일로 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면 숙박 당일 체크인 직전까지도 예약 수요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는 ‘호텔나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8월에 더 탄탄해진 모습으로 론칭하겠다고 약속한 ‘호텔나우’가 숙박업계의 모바일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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