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Bye…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창조경제 新모델 공유경제
빈 방 공유 사업, 月 매출 5억… 기존의 대여산업과 IT 결합, 새로운 부가가치 만들어내
기업체 사무직 직원이었던 한만일(32)씨는 지난해 취업 준비생들에게 입사 면접시험용 정장을 빌려주는 '열린 옷장'(theopencloset.net) 사이트를 친구들과 함께 열었다. 한씨는 "면접용으로 샀지만 입사 후엔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청년 구직자들이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사이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한씨가 빌려 주는 정장은 산 것이 아니라 기증받았고, 그가 창업을 위해 들인 비용이라곤 다리미와 옷걸이 몇 개를 사고 6만원을 들여 인터넷 사이트를 제작한 게 전부다. 현재 '열린 옷장'은 하루 평균 10명 정도가 이용하고, 월 매출은 300만~500만원 정도다.
'빈방 공유' 사업을 하는 조민성(47) 비앤비히어로 대표. 그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들여서 사업하는 게 아니다. 조 대표는 집주인들을 설득해 빈방을 확보하고 나서, 해외 사이트 등에 '빈방 있습니다'라고 호객을 한다. 작년 8월에 문을 연 '빈방 공유' 사이트(www.bnbhero.com)를 통해 8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온 외국인 5000여명이 우리나라에 여행을 와서 잠시 머무를 방을 구했다. 매출은 2억원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외국계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낸 조씨는 2010년 뉴욕 출장을 갔다가 호텔비가 너무 비싸 싼 방을 찾다가 당시 미국에서 막 시작한 빈방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알게 됐고, 이 사업을 위해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자신이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빌려 줄 물품을 구매하지 않고 남들이 가진 제품을 공유해서 임대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사업하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비즈니스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내 것'을 고집하는 의식이 옅어지면서 '공동 소유'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와 통하는 공유 경제
공유 경제 비즈니스는 마치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던 '봉이 김선달'처럼 남이 갖고 있거나 공유를 위해 내놓은 물품을 빌려 주는 사업 모델이다. '봉이 김선달'과 다르다면 판매자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거의 쓰지 않는 공간이나 물건을 필요한 사람과 공유하는 '협력적 소비'를 퍼뜨리는 전도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의 개념은 지난 2008년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했고, 2011년 미 시사주간 타임이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기존의 대여 산업과 구별되는 공유 경제의 특징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거래 비용이 절감되고, 거래 주체 간 접근이 수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자기 소유물이 없어도 대여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기존의 대여 산업 개념을 바꾼 후에 인터넷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 산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 산업 영역을 만들어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유 경제 아이템은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근엔 면접용 정장, 빈방뿐만 아니라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자동차, 명품 가방 등 고가품에조차도 '공유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한 '소유의 종말'을 연상케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카 셰어링' 서비스(smart.socar.kr)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내 50여 군데 '쏘카존'에서 필요할 때 빌려 타는 방식이다. 1~2시간 대여가 가능해, 온종일 빌려야 하는 렌터카와는 다르다. 한 명품 가방 공유 사이트는 일주일에 2만~3만원을 받고 구찌, 루이뷔통, 샤넬 등의 명품 가방을 빌려준다. 명품 가방을 사기엔 구매력이 부족한 젊은 여성들이 주된 이용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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