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내 견적서 받아 업체 결정
차계부·주자창 예약 등 분야 다양
관련 앱 시장 100조원 규모 추정
뚜렷한 비즈니스모델은 아직 빈약
직장인 홍은정(32)씨는 지난달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후진하다 부딪혀 범퍼가 움푹 들어가는 사고를 냈다. 근처 정비소를 찾았지만 “부품이 떨어져 이틀 뒤에나 수리를 마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없는데다 전에 ‘바가지’ 수리비를 경험한 홍씨는 지인의 소개로 자동차 외장수리 애플리케이션(앱) ‘카닥’을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았다. 파손된 범퍼 부분을 촬영해 앱에 올리자 10분 만에 정비소 4곳에서 수리 견적을 보내왔다. 홍씨는 가격과 정비소의 신뢰도·위치 등을 비교해 업체를 선택했다. 비용은 집 근처 정비소가 불렀던 80만 원의 절반 가격이었다. 수리도 반나절 만에 끝났다.
자동차의 부품교체·세차·주차·중고차거래 같은 ‘애프터 마켓’을 겨냥한 앱 서비스가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오프라인 매장들을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해 알뜰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것이다. 음식배달·쇼핑 등 유통업에서 시작된 O2O 열풍이 자동차로 세력을 확장한 셈이다.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량 관리 가계부 ‘마카롱’도 그 중 하나다. 같은 차종을 보유한 여러 차주(車主)의 관리·정비내용을 분석한 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또 ‘파크 히어’는 목적지 주변에 있는 주차장을 예약하고, 주차 요금까지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엔 중고차 직거래나 경매와 관련한 앱도 늘고 있다. ‘바이카’에선 차 사진 4장과 간단한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전국 2300명의 중고차 딜러가 실시간으로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
업계는 자동차 애프터 마켓 규모가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주유·보험처럼 대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정비·중고차거래 같이 특별한 강자가 없는 시장의 규모도 상당하다. 외장 수리 앱 ‘파츠모아’를 운영하는 박정호 인선모터스 대표는 “중고 부품 쇼핑몰과 같은 분야는 국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이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정보통신기술(ICT)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가능성을 간파한 벤처 캐피탈의 투자도 늘고 있다. 승차 공유 앱인 ‘에어팩토리’는 이달 초 휴대폰 결제 전문기업 다날로부터 4억5000만 원을 투자받는 등 총 10억 원을 유치했다. 마카롱도 지난 1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4억 원을 투자받았다. 카닥은 지난해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케이벤처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스타트업들의 목표는 단순한 ‘한철 장사’가 아니다. 보험·수리·중고차를 아우르는 ‘차(車) 플랫폼 구축’을 노리고 있다. 2500만 명을 넘은 운전 면허 소지자와 2100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겨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기에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장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간 연대도 활발하다. ‘오토 애비뉴’는 손세차·대리운전·중고차매매 등 5개 앱이 만든 공동 브랜드다.
여기에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삼성 커넥트 오토’를 공개했다. 자동차의 포트에 꽂아 사용하는 단말기로 운전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성향을 평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생산한다. 업계에선 이런 서비스가 확장되면 향후 보험료 산정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크게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이준노 카닥 대표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들어가는 인건비 등이 과도해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차량 단가가 높은 중고차 매매 앱이 늘거나,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차시 차량 운반 서비스를 하는 등의 업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단단한 인식은 업계가 넘어야 할 벽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