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고 창업했다, 우아하게 정우열 자몽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글 이종철 기자 jude@websmedia.co.kr
돈 벌려고 창업했다 우아하게, 정우열 자몽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스타트업 시장 최대의 편견은 ‘슬프고 애잔하고, 꿈을 팔고, 투자를 못 받으면 죽고’하는 등의 처절한 이미지다. 이들이 꿈을 팔고 있는 건 맞다. 그런데 어린 대표들이 가난하고 눈물겨운 존재로 비치는 이유는 ‘그저 그런 기사가 잘 팔리기 때문’일까? 제니퍼소프트의 등장으로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까발려진 요즘, 제니퍼소프트보다 더 젊고, 더 가능성 있는 기업, ‘자몽커뮤니케이션즈’를 만났다.
자몽커뮤니케이션즈 정우열 대표
학자로, 투자자로, 경영자로
자몽커뮤니케이션즈(이하 자몽)의 정우열 대표는 서른을 갓 넘긴 나이지만 밀도 있게 살아온 인물이다. ‘해줄 건 없다 대신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젊은 부모님과 가풍 아래 성장한 그는 공부가 재미있어 서울대에서 약학을 전공했다(하고 싶은 일이 공부라니 약간 재수 없다). 기자가 만나는 서울대 출신 대부분은 예의 바르면서도 배경에서 오는 쿨한 맛이 있다. 정 대표는 조금 다르게 온화하고 따뜻하며 느리다. 재벌의 여유까지 느껴졌다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정말 그랬다. ‘학자’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창업 계기는 여느 대표와 조금 다르다. 박사 1학기까지 이수하며 느낀 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당시 가장 높이 갈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지도교수 위치였는데,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계약직 처리되며 헌신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달려야 한다. 생업 앞에서 공부를 더 이상 재미로 할 수만은 없었다.
다음 직업은 투자자. 고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주식투자를 본업으로 결정했다. 친구와 합숙소를 마련한 뒤 시작한 투자사업의 결과는 어땠을까? 다른 ‘충격!’성 기사에 익숙한 여러분은 이 부분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서울대 때려치우고 주식투자한 대학원생 결국…’ 정도의 전개로 위안을 얻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해답은 반대. 3개월 만에 수억을 벌었다.
당시 정 대표의 생활은 7시 기상, 뉴스 열람, 10시~2시 투자였는데, 하루에 200~300만 원의 수익이 쏟아져 들어왔다. 주식투자 대박의 비결을 물었더니 순순히 대답했지만 범인인 기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조금 더 재수 없었다.하루에 1,000만 원으로 8,000~9,000만 원을 벌 때도 있고, 그 이상 잃기도 하는 생활을 정 대표는 ‘나태하다’고 표현했다. 즉, 이런 삶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재밌고 돈도 많이 버는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정 대표의 눈에 동생이 들어왔다.
태어나보니 동생이 정병국
동생인 정병국(감성디자이너 BK) CDO(디자인총괄)는 서른하나의 나이에 10년 이상의 업무력을 가진 디자이너.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보다는 현장을 택한 인물이다. ‘간판집’부터 시작해 전국 방방곡곡도 부족해 중국까지 진출했던 ‘현장 인력’이다. 자몽 합류(2010) 전까지 그는 건축/인테리어/제품/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력을 쌓았다. 학자의 길을 걸어온 형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것. 앞서 말한 가풍이 동생에게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못 다루는 툴도 없고, 못하는 디자인도 없는 ‘젊은 거장’ 디자이너인 동생은 당시 학력으로 인해 일반 기업에서 실력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빠르게 비즈니스 파트너로 동생을 선정했다. 동생의 실력과 정 대표의 인적/학력 인프라를 결합하는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실제로 자체 콘텐츠 개발 이전 외주 사업은 ‘동생빨’로 진행했다고 보면 된다.
국내 검색 포털에 ‘정우열’, ‘에일리모’를 검색해보면 어떤 뉴스도 나오지 않는다. 홍보를 왜 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말에 정우열 대표는 웃으며 ‘어떻게 하는 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기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남들이 먹던 음식을 다시 요리하지 않고 남해에서 다금바리를 건져낸 상황이었다.
외주를 진행하기 전부터 자체 콘텐츠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회사의 안정세와 자금력을 위해 2년 동안은 대행에 매달렸다.
자몽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감상할 수 있는데, OOH, 인테리어, BI, 건축 등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는 결과물들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고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클라이언트도 유명 커피숍, 방송국, 삼성전자 등 굵직하다. 매출은 두말할 것 없다.
감성으로 만든 감정 외계인
모든 디자이너가 그렇듯, 외주 작업은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성에 악영향이나 피로를 줄 수 있다. 일을 받아 지시하는 형과, 디자인 작업을 총괄하는 동생의 사이가 처음으로 틀어졌던 것도 이때다. 외주작업이 일시적인 금전만 가져다주는 단점도 있다. 회사가 안정세에 접어들 즈음 그들은 외주를 줄이고 자체 콘텐츠인 캐릭터 사업을 론칭하기로 한다.
에일리모는 외계인(Alien)과 감정(Emotion)의 합성어다. 불교의 칠정(희로애락애오욕)의 감정을 가진 외계인으로, 작년 8월 출생 신고를 마쳤다. 콘텐츠진흥원의 신규캐릭터개발사업 지원이 결정됐고, 피규어/포스터/페이퍼아트/각종 디자인 상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양산되고 있다. 감정이 있는, 반대로 소실된 느낌도 주는 귀요미 에일리모는 현재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 중이기도 하다.
에일리모의 강점은 외관과 더불어 어떤 형태로도 변신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출시된 다양한 제품 외에도 여러 ‘물건’들로 출시될 예정이며, 에일리모의 기본 콘셉트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웹툰 등 미디어 콘텐츠로도 변신 중이다. 정우열 대표를 제외한 네 명 반(한 명은 투잡 중)의 인물이 이 모든 콘텐츠 저작을 소화하고 있다. 패션 제품으로도 해외 진출이 예정돼 있다. 현재 국내 캐릭터 사업은 인기 만화가이자 파워블로거인 마조앤새디 ‘마조웍스’의 등장으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보완할 경우 차세대 한류스타가 될 수 있는 에일리모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인생 반 만에 은퇴하기
한창 수다를 떨던 중 에일리모가 정우열 대표와 자몽의 최종 콘텐츠가 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정 대표는 시종일관 조용한 자세로 “최종이 돼야 한다”며 에일리모 사업에 많은 것을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우열 대표는 딱 마흔이 됐을 때 은퇴하고, 투자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마흔에 은퇴라니 이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는데 그 삶의 궤적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형제와 자몽커뮤니케이션즈의 콘텐츠이자 국가의 콘텐츠가 되기도 할 에일리모가 ‘우주적 대박’을 치고, ‘꼭 마흔 살에 은퇴하라’는 ‘욕 같은 덕담’으로 그와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에일리모는 페이스북 페이지(/aliemovendingmachin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우열 대표가 이어주는 다음 호 주자는?
답답한 사무실을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오피스어택’의 한성원 해피래빗 대표가 다음 주자. 한 대표는 오피스어택과 더불어 건강한 복지 커뮤니티를 만들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다음 주 그들의 오피스어택 현장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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