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버'하면 올해 국내 보안 시장은 그와 그가 이끄는 회사의 해였다. SNS, 특히 페이스북에선 안철수가 만든 안랩보다도 유명해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한국 보안 산업 숙원이던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화시켜 줄지 모를 기대주가 됐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대명사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게임쪽도 아닌 보안 스타트업에 이정도의 관심이 쏟아지다니... 아무리봐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4년전 기자는 그와 그가 이끄는 회사를 처음 찾아갔을때 변방의 보안 업체로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와 그가 이끄는 회사엔 미안한 얘기지만 잘해야 국내 시장에서 적당히 먹고살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결과는 솔직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해커 출신 홍민표 대표와 그가 이끄는 모바일 보안 업체 에스이웍스 얘기다. 이 회사가 올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기자로 하여금 '오버'하게 만들었을까? 미국 시장 진출, 게임도 아닌 보안이라는 테마로 퀄컴,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 유력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게 맞물린 것이 쏟아지는 관심의 지원지같다.
에스이웍스가 류현진처럼 올해 미국 시장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아니다. 돈을 좀 번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그저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의 가능성만으로도 의미가 있는게 국내 보안 업계의 현실이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보안 업체들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제대로 연 회사는 없다. 미국이라는 문은 꿈쩍도 안했거나 열릴듯 하면서 열리지 않았다. 에스이웍스도 미국이라는 문을 아직 확실하게 열지 못했다. 열심히 두드리는 중이다. 두드리다보니 성과도 조금씩 나오는 모습이다.
에스이웍스의 간판 제품인 '메두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스 코드를 다른 회사가 베낄 수 없게 해주는 서비스다. 모바일 앱 개발 회사나 게임 업체들에게 유용하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레퍼런스 8개를 확보했습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금융회사와 큰 기업에도 메두사를 팔았어요. 납품을 진행중인 회사도 7~8개 됩니다. 큰 돈을 투입한 건 아니에요. 글로벌 영업 담당자 1명을 영입했고, 사무실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원 프로그램 도움을 받았습니다."
홍민표 대표가 밝힌 올해 미국 시장 성적표다. 진입 장벽을 고려했을 때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홍 대표 역시 일단 올해 목표는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홍 대표는 미국 시장 데뷔 첫해인 올해 미국 게임 업체 공략에 주력했다. 미국 정서에 맞는 서비스 구현에 신경을 쓰다보니 메두사에 대한 관심도 계속 늘고 있단다.
채널 파트너 영입도 적극 추진중이다.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행사들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쪽에서 친분 있는 인사들도 꽤 생겼단다. 그래서다. 홍 대표는 올해보다는 내년을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를 고객으로 만들 겁니다. 매출을 확 일으킨다기 보다 많은 기업들에 메두사를 공급해 점유율을 늘리는게 우선이에요. 이를 위해 영업 조직 확대를 준비중입니다. 메두사와 유사한 제품도 있지만, 아직은 제품 경쟁력에 자신이 있어요."
홍 대표의 계획은 미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한국과 일본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투자사들의 소개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요."
보안 스타트업인 에스이웍스가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건 내공이 있고 없고를 떠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 대해선 홍 대표도 할말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절실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하다 왔더라면 더 힘들었을거에요. 에스이웍스는 미국 진출이 우선이었습니다. 따지고 말고 할게 없었어요. 메두사라는 서비스 자체가 글로벌 공략용입니다."
요약하면 '모아니면 도',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식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홍 대표도 부인하지 않는 모습. 나아가 미국은 '올인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미국 보안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CEO가 직접 나와야 한다고 봐요. 사람 몇명 보내서 영업해보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접근법은 안됩니다. 미국 고객들은 CEO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해요. 의사 결정도 빨라야 하고요."
스마트폰이 뜨면서 여기저기서 '모바일 보안', '모바일 보안'하는 함성소리가 들리지만 모바일 보안은 아직 검증받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 듯 하다.
후배 얘기를 들으니 국내 유력 보안 업체 중 하나는 모바일 보안 제품 개발을 진행하다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해 중간에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한다. 나름 규모가 있는 보안 회사가 해매고 있다는 건 모바일 보안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기기 관리(MDM) 분야는 외국 업체들이 강세에요. 국내 업체가 파고들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 모바일 백신쪽도 전망이 좋아 보이지는 않고요. 개인적으로는 모바일 앱 보안외에 앱 위변조 방지 솔루션을 유망하게 보고 잇습니다. 사물인터넷이 뜨면서 머신투머신(M2M)쪽도 주목하고 있어요."
홍 대표는 지금도 미국에 있다. 1월초에나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와의 이번 인터뷰는 구글 화상 통신 서비스인 행아웃을 통해 진행됐다. 연초에 직접 만나, 미국 시장 진출 경험과 모바일 보안 시장의 흐름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