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거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모바일게임 초기벤처기업(스타트업)에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정부도 창업투자 전문기관(엔젤투자기관)과 연계해 매칭펀드 형태의 투자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스타트업은 이른바 '죽음의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초기자본 고갈로 인해 문을 닫게 된다. 초기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시기에 맞는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의 스타트업이 이들 엔젤에게 투자 받을까. 소프트뱅크벤처스, 본엔젤스파트너스, 케이큐브벤처스 등 주요 엔젤투자기관에서 투자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역들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보는 것은 창업자와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트업 기업 투자 포인트
스타트업은 언제나 위기이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의지와 역량, 팀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창업자와 팀이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경력이 있다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시장 생태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도 형성되 있어 진짜 사업을 할 때 유리할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든 창업이든 성공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이끌기 손쉬워진다.
최근 케이큐브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은 레드사하라스튜디오는 온라인게임기업 웹젠에서 R2, C9 등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며 손발을 맞춰온 이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이고, 본엔젤스에서 3억원을 투자받은 아이디어박스는 인기모바일 게임 룰더스카이의 핵심개발자들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그렇다고 반드시 해당 이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뛰어드는 시장에 대한 분석이 확실하고, 해당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다 판단되면 투자를 단행하기도 한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경우는 배달과는 전혀 상관없는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가 설립한 회사지만, 영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열정이 누구보다 넘쳤던 인물이 김봉진 대표였다"며 "해당 분야의 경력이 있다면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 필요한 능력을 따로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크기와 전망도 투자를 받기 위해 필수적인 평가 항목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시장규모가 한계가 있으면 투자하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김기준 케이큐브 이사는 "10억짜리 시장에서 90%를 점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엔젤이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라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성숙한 정도는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창업을 결정할 때도 중요한 고려 항목이다. 스마트폰이 막 도입되기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완료된 지금에는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든 앱이어야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현종 소프트뱅크 책임심사역은 "선데이토즈도 지금 시장에서 아쿠아스토리와 애니팡을 들고 왔다면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드시 성숙할 시장을 고르는 안목과 함께, 그 시장에 성숙했을 때 대형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투자를 이끌어내기 수월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모바일 보안에 대한 관심도 중요해질 수록 이 시장에 뛰어드는 벤처기업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모바일보안 전문 스타트업 에스이웍스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퀄컴벤처스로부터 20억원을 투자 받았다.
강석흔 이사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뛰어드는 창업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시장에 나오는 타이밍이 그 다음이다"라며 "모든 것을 갖춘 스타트업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자신의 빈곳을 채워줄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