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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지스탁] [토요클릭]스타트업 IR이 야구의 피칭(pitching)인 이유

[토요클릭]스타트업 IR이 야구의 피칭(pitching)인 이유
/캐리커쳐=김현정 디자이너
지난달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TECH에 참가해 현지 투자자들 앞에서 내가 공동대표로 있는 뉴지스탁 기업발표를 했다. 홍보부스 설치와 피칭대회로 이루어졌으며,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였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소득은 '피칭(Pitching)'의 방법론을 배운 점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 사업에 대해 수도 없이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모임에서의 엘리베이터 피치일수도 있고, 벤처캐피탈 심사역의 평가 자리일 수도 있으며, 스타트업 배틀과 같은 대회일 수도 있다.

이런 자리에서 내 비지니스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을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스피치(Speech)가 아니라 피칭인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Pitcher)가 공을 던지듯이 상대방에게 내 아이템을 확실하게 전달시키기 위한 발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창업가들을 만나보니 본인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사람이 굉장히 적다고 느꼈다. 대부분이 '내 아이디어가 최고'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각종 형용사를 써가면서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런 피칭은 시작부터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간이 없다. 수많은 유사(해 보이는)한 서비스를 봤기 때문에 금방 질린다. 그렇기에 피칭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쉽게 캐칭(Catching)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피칭의 구성과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미국에 오기 전 이미 경쟁 피치를 통해 선발되어 온 스타트업들이지만 현지 피칭 트레이닝을 통해 대부분이 피칭의 구성과 내용이 바뀌었다.

사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사용하는 발표 자료는 전통적인 컨설팅 또는 대기업스러운 자료들이 많다. 한국식 발표자료는 기승전결 구성과 디테일한 근거자료 등으로 작성된다. 반면 실리콘밸리 발표 자료는 초반부터 강력하고 간결하게 작성된다. 특히 내 경우에는 창업 이전 직업이 경영 컨설턴트였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하게 변해가는 피칭자료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낄 정도였다. 이틀 간의 트레이닝과 리허설을 마칠 때에는 처음에 준비한 자료의 50% 가까이 수정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예비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 대표가 훈련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1. 피칭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내용을 앞부분에 말하라. 기승전결을 다 말하려고 하면 결론이 나오기 전에 상대방은 이미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2. 핵심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누가 언제 물어보던지 1분 이내에 대답하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면 더 좋다.

3. 피칭 자료에 불필요한 근거자료는 모두 빼라. 정말 훌륭한 아이템으로 제대로 된 피칭을 했다면 상대방이 먼저 디테일한 부분을 물어올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은 그때 말하면 된다. 그럼 성공이다.

4. 자신감 있게 피칭하라. 초창기 스타트업 일수록 투자자는 사람을 보고 투자 한다. 내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보여줘라. 실제로 제품 론칭도 전에 사람만 보고 좋은 투자를 받아 성공한 기업도 많다.

뉴지스탁은 본 행사의 주제인 사물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Fintech(금융기술) 기업이지만 26개팀 중 4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었다.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훌륭하게 피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행사에 참여한 투자자, 심사위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와주셨던 몇 곳의 VC와 미팅을 잡은 것은 굉장한 수확이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이처럼 수많은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정말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가 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위에 언급한 피칭의 중요성을 더욱 더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 

한국은 아직도 '내 아이템이 최고이고, 아이템 이외의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라고 생각하는 창업가들이 많은데, 이는 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단계의 비즈니스일 수록 이를 잘 알리고 신뢰를 줄 수 있는 효과적인 피칭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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