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일빌딩에서 만난 한상엽 위즈돔 대표(28·사진)는 소셜벤처 위즈돔(www.wisdo.me)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즈돔 사업계획서에는 ‘인생의 경험과 지혜와 같은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가치화한다’고 써 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어찌 보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 같다. 자기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경험이나 지혜를 위즈돔에 등록하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다른 회원 3∼5명이 1만∼2만 원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SK그룹이 역량 있는 사회적기업 발굴을 위해 실시한 제6회 ‘세상 콘테스트’에서 모두 167개 참가팀 중 1등 없이 2등을 차지했다. 한 대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을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1등을 놓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안 될 것이다’ ‘황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창업한 지 3개월 만에 100회가 넘는 모임을 주선했고 매출도 1000만 원가량 올렸다. 한 대표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한 사람이 다시 찾는 비율이 높다”며 “2014년을 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 주제는 다양하다. 권혁준 한국오라클 전무에게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분석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모바일 게임 스터디도 있고, ‘스님과 함께 절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주제도 있다. 특히 마케터, PD 등 특정 직업 분야 종사자들이 멘토로 나서는 모임이 인기가 많다. 현직 아나운서를 만나 조언을 듣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여학생들도 있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대우인터내셔널을 다니던 한 대표는 어느 날 ‘지금 내가 사회 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사직서를 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살면서 꼭 필요한 순간에는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며 “나도 그렇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즈돔을 더 확장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인생 아카이브’를 만드는 작업을 다음 달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복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하여라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