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장소도 팬이 정한 공연… '노쇼' 없이 '올쇼'
- 권승준 기자 / 2016.04.28 09:52
인디밴드 공연·팬미팅 등 경매 통해 가격과 수요 파악
숨은 팬들이 제안한 특정한 공연… 무명 밴드의 해외진출로 이어져
오는 30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에서 합동 공연을 여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티켓 가격을 경매로 결정했다. 경매전문 커머스(commerce) 업체인 '올윈'을 통해서 4만4000~7만7000원 사이의 가격 범위를 설정했는데 최종적으로 6만원에 낙찰됐다. 옥상달빛, 김사월 같은 소위 '인디' 음악가들도 올윈을 통해 5~50명 단위의 작은 공연을 열면서 티켓 가격을 경매에 부쳤다. 올윈 측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공연들의 경매가는 최고가에서 평균 48% 수준에 결정된다. 스타와의 저녁 식사를 겸한 팬미팅, 감독과 관객 간의 간담회 등도 이런 경매를 통해 미리 가격과 수요를 파악한 후 열리는 추세다. 올윈 관계자는 "팬들이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참여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이 때문에 '노쇼(No-show·예약 부도)' 대신 자연스럽게 '올쇼(All-show)'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격뿐 아니라 숨어 있는 팬들을 파악해주는 서비스 덕분에 해외 진출까지 하는 사례도 나온다. 4인조 밴드 '솔루션스'는 '마이뮤직테이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가 세계 각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이 열리면 보러 올 사람의 숫자와 적정한 티켓 가격 등을 미리 파악해준 덕분이었다. 한국에서 무명에 가까운 밴드 '루나플라이'도 이 서비스를 통해 멕시코·페루 등 중남미 지역에서 6개 도시 투어를 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예 팬들이 특정한 형식의 콘서트를 음악가에게 제안해서 성사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부루다 콘서트'는 강의실이나 건물 옥상같이 이색적인 공간에서 공연이나 전주·춘천 같은 작은 도시에서 몇 명 이상의 팬들이 공연에 오겠다고 미리 티켓값을 지불하면 그 공연이 성사되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강아솔·김목인 같은 음악가들이 이를 통해 지방 소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인디음악 기획사인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는 "공연을 여는 음악가들의 고민은 티켓 가격을 얼마로 해야 적정한지, 또 어떤 도시에서 공연을 열면 얼마나 관객이 올지 늘 고민"이라며 "이런 팬들의 참여를 통해 음악가들이 안정적으로 공연을 열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될 수 있단 점에서 긍정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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