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정용진 기자] ㆍ통합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 개발 김범진 시지온 대표
사실 놀랐다. 작은 회사려니 생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회사에 올라가자 20여명의 시선이 쏠렸다. 김범진 대표(28)가 밝힌 직원 수는 28명이다. 상근하진 않지만 댓글 모니터를 담당하는 장애인 직원도 있다. 시지온의 주력 서비스는 통합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다. <주간경향>의 인터넷 기사 하단에서도 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서비스 중 하나만 로그인하면 별도의 추가적인 회원가입 없이 동시에 쓸 수 있다.
2009년에 창업을 했으니 올해로 3년차. 법인등록 기준으로는 2011년도에 했으니 2년차다. 시작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7월 7일 오후 7시 서울 신촌 한 삼겹살집에서의 모임이 첫 출발이다. 일종의 ‘도원결의’ 같은 것이다. 김 대표의 회상.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동시에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 정용인 기자
1년을 고민했다. 도움을 받을 것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관련해서 사업모델 특허도 냈다. 2009년 1월, 사업 성공은 기대도 안했지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급박감’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시작한 서비스는 ‘온토론닷컴’이라는 사이트였다. “돌이켜보면 ‘삽질’을 많이 했죠. 이를테면 진보의견으로 분석이 되면 매칭이 되는 보수의견을 보여줘서 토론을 하게 하는 일종의 ‘톨레랑스’와 비슷한 것을 온라인에서 만들어보자고 한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다. 워낙 스팸이 많으니, 댓글을 받으면 무조건 30초 뒤에는 지워진다. 다만 그 사이에 추천을 받으면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는다. 그 ‘삽질’을 수개월 동안 하면서 깨달았다. 글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오히려 좋은 댓글을 늘여서 ‘나쁜 댓글’을 희석시켜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이 많이 늘어날까’를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것이 라이브리다. “사업모델을 만들고 일단 타깃은 연예인과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악플을 많이 받는 일종의 공인 같은 사람들이니까.”
그걸 사업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사채도 써봤다.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하고 ‘병맛’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일화가 있다. 야당 대표가 학교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바로 사업계획서 하드카피를 10부 뽑았다. “그 대표만 온 게 아니라 경호원도 있고 비서도 있었는데, 무턱대고 ‘의원님, 요즘 악성 댓글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죠’라면서 들이댔습니다. 그러니 주위에 있던 사람이 ‘누구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아,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이 학교 학생인데 악성 댓글을 해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을 하니, 주위 분이 약간 짜증을 내면서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하더라고요. 설명을 하는데 트위터가 먹혔던 것 같더라고요. 소셜댓글이라고 하니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번 써보겠다’고 했고, 정치인 몇 명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설치했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 첫 매출은 유엔파운데이션이라는 NGO단체였다. 말라리아 퇴치와 관련된 운동에 소셜댓글을 붙였다. “2010년 4월에 3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게 첫 매출이었어요.”
그 뒤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회사를 살렸다. 한 IT 관련 언론사에서 인터넷 실명제로 댓글 창을 아예 떼겠다고 선언을 하자 찾아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고, 실제 그해 7월 그 IT 관련 언론사가 언론사로서는 첫 론칭을 했다. 언론사로서는 골치 아픈 실명제 논란도 피할 수 있는 데다, 스팸도 줄이는 동시에 방문자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10월 말 기준 3개 공중파 방송을 포함해 103개 언론사에 라이브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라이브리가 설치된 사이트는 전체 5만여개인데, 그 중 4만9000여개가 무료로 쓸 수 있는 블로그입니다.”
아직은 ‘회사가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지만 시지온의 비전을 굳이 밝힌다면 “사람, 사회, 자연이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김 대표는 덧붙인다. “적어도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하는 건 그전보다 훨씬 더 쉬워졌거든요.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조금 더 자유롭고 밀접하게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도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말이 매끄럽진 않네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y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