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마니아만 좋아하는 아이디어? 시장 크기도 보라”

[스타트업 투자 꿀팁]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심사역 인터뷰

“꽃배달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곳이 특정한 종류의 꽃만 취급하겠다고 한다면 그 잠재고객이 얼마나 될까요?” 

초기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에서 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총괄하는 최윤경 팀장은 비즈업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투자자에겐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니아만 좋아하는 아이디어, 즉 너무 좁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곳은 사업 확장성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겸 엔젤네트워크인 '매쉬업엔젤스')

지난 2010년부터 불어닥친 ‘제2의 벤처붐’ 이후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면서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2년 전부터 ‘레드오션’으로 분류됐을 정도며, 최근엔 음식 배달∙숙박 등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나 e커머스(전자 상거래), 핀테크 분야의 과열이 업계의 걱정거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 창업에 나선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시도한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아이템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좋지만 일부 마니아층만 노리는 아이디어론 투자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틈새시장을 선점해 업계 1위에 오른다 하더라도 그 시장 자체가 작아 사업의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고, 투자자들 역시 이런 점을 우려한다는 것. 최 팀장은 “투자금 회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선 기존에 있던 시장을 목표로 새로운 사업전략을 내놓거나 같은 아이디어라도 해외 진출을 노리는 팀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쉬업엔젤스를 이끌고 있는 다섯 파트너)

지난 2014년 문을 연 매쉬업엔젤스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겸 엔젤투자자들의 정보 공유 모임인 '엔젤네트워크’다. ‘벤처 1세대’이자 ‘국내 1호 전문엔젤투자자’로 꼽히는 이택경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공동창업자와 류중희 ‘올라웍스’(얼굴 인식 서비스업체) 창업자가 설립을 주도했다. 

지금까지 매쉬업엔젤스를 거쳐간 스타트업은 총 48곳. 주로 O2O나 e커머스, 사물인터넷(IoT) 분야 업체로,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해 사업모델을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협소한 시장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영역에 도전해 잠재 고객층을 넓게 확보하면서도 기술을 접목해 오프라인 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업체에 주로 관심을 둔 것이다. 


(매쉬업엔젤스의 대표 포트폴리오 기업)

매쉬업엔젤스가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들은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서비스하는 ‘드라마앤컴퍼니’,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눔’, 홈클리닝 O2O 서비스 ‘와홈’ 등최 팀장은 “매쉬업엔젤스는 해외 진출로 고객층을 넓히거나 기존 플레이어와 다른 역량을 가진 팀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매쉬업엔젤스의 투자 기업으로 선정되면 5,000만~3억원 가량의 투자금과 함께 1여년 간의 육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문엔젤이 참여한 액셀러레이터인만큼 전문엔젤 투자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는데, 벤처기업 인증∙각종 세금 감면 혜택과 함께 최대 2억원의 연구개발(R&D) 지원사업 기회가 주어진다.


(매쉬업엔젤스의 투자기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

매쉬업엔젤스의 향후 관심은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카 솔루션이다. 최 팀장은 “여러 스타트업이 비슷한 사업모델로 지원할 경우엔 결국 팀 구성이 중요해진다”며 “해당 분야에 오래 몸담아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많거나 시장 이해도가 높은 곳에 먼저 눈길이 간다”고 조언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아직 기회가 남은 분야가 많습니다. 차별화를 꾀한다고 무리하게 작은 시장만 좇는 것보단 기존 서비스를 발전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해외진출로 시장을 키운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 시장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팀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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