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자원개발 업체 입사 3년차. 지독한 사내 경쟁과 부적응에 시달린 남자는 도망할 곳을 찾아 헤맸다. 그래서 가게 된 땅, ‘아프리카’는 그에게 은둔의 도피처 대신 새 삶의 개척지가 됐다. 국내 최대의 아프리카 웹커뮤니티 운영자이자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사업 진출을 매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문헌규(만 40세) 에어블랙 대표의 얘기다.
문 대표가 지난 2015년 6월 설립한 ‘에어블랙’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 아프리카 주재원·출장자 등에게 아프리카 진출에 필요한 정보 및 맞춤형 거래처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컨설팅하는 업체다. 코트라의 시장 정보 및 관세청 자료 등의 공공데이터와 국내 최대 아프리카 웹커뮤니티 ‘고고아프리카’를 활용한 집단지성 정보를 안드로이드 앱 서비스 ‘사파리통’으로 제공한다. 기업들의 사업 진출 단계에 맞는 맞춤형 정보 및 현지 거래처 등을 정부·공공기관과 함께 제공·자문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에어블랙은 아프리카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업 각 단계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자문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면 유망할 것으로 사료되는 기업들을 먼저 발굴해 아프리카 현지 기업들과 매칭하는 역할도 하고 있고요. 국내 100여개 기업이 에어블랙의 매개를 통해 아프리카에 진출했죠.”
에어블랙을 운영하고 있는 문 대표는 대표적인 아프리카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07년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 개설을 비롯해 아프리카 대륙 원정대 기획 및 활동 등을 통해 전문성을 쌓았고, 그간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엔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생활 속 작은 영웅상’과 대한민국사회공헌대상 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07년 5월에 만든 고고아프리카는 현재 2만 7,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아프리카 웹 커뮤니티입니다.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고 만든 건 아니고, 아프리카 경험자간의 소통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설을 했죠. 개설 초기엔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다녀온 사람들이 주로 활동했었는데, 현재는 아프리카 사업 진출에 필요한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커뮤니티로 발전했죠. 에어블랙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고요.”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기 전 문 대표는 지극히 평범한, 더 안타깝게는 지독히 우울한 직장 생활을 해야만 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국내 굴지의 자원개발업체에 입사했지만 담당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탓에 입사 3년 만에 사표를 쓸 결심을 했다. 퇴사 전 무심코 내뱉은 거짓말 탓에 자의반타의반으로 가게 된 아프리카가 인생 2막의 계기가 될 줄은 당시엔 알지 못했다고 문 대표는 말한다.
“회사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동기들에 비해 실력도 부족해 모든 걸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원래는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에서 MBA 과정을 밟을 생각이었지만 그걸 숨기고 싶어 동기들에게 ‘아프리카 자원 탐사를 위해 사하라 사막 270.km 종주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아프리카를 가지 않을 수 없게 됐어요.”
꿈을 좇은 게 아닌, 현실에 쫓겨 떠난 아프리카에서 문 대표는 인생의 극적인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종주 마라톤 대회를 통해 아프리카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 미지의 땅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8개월을 더 버텼다. 한국에 돌아와선 그 때의 경험과 인맥을 자산삼아 ‘고고아프리카’를 만들었고, 아프리카 공부도 병행하며 관련 지식도 쌓았다. 마치 아프리카 홍보 대사라도 되는 양 아프리카와 관련한 이런저런 행사도 스스로 기획·추진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매스컴을 타며 문 대표는 ‘아프리카 전문가’란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얻게 됐다.
" 그저 제가 좋아서 아프리카 알리기 활동을 열심히 한 것뿐인데, 이런 게 소문이 나면서 기업 강연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아프리카 진출 자문을 의뢰하는 사람도 생겨나더군요. 2013년까진 1대1 강의를 통해 활동을 했었는데, 개인이라는 역량의 한계점이 분명히 드러나더라고요. 정부 지원사업 및 교육을 통해 공공데이터 및 (고고아프리카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구상한 후 2015년 7월에 에어블랙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고,사파리통 앱도 만들 수 있었죠.”
아프리카 관련 활동을 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사업가로서의 경험은 아직 갈 길이 먼 문 대표가 요새 주목하고 있는 건 스타트업이다. 빼어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 부족 등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이를 통해 본인 회사도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박람회 등을 손수 찾아가 먼저 사업 제안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요새 부쩍 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자원과 12억 인구의 소비시장을 갖춘 거대한 성장 마켓이에요. 국가별로 매년 7~12%의 고속 성장을 하는 나라도 있고요. 물론 에볼라 바이러스나 정치 불안 등의 리스크도 존재하죠. 이런 위험 때문에 기업들이 아프리카 진출에 망설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사업 진출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시나리오를 관리해주는 존재가 필수적이기도 하죠. 이것이 에어블랙의 사업 기회가 될 것이고요. 다만 스타트업으로선 자본의 한계 탓에 이런 컨설팅을 받는 게 쉽지 않은데 정부·공공기관들과 함께 협업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가 고고아프리카를 운영하며 쓰는 인터넷 닉네임은 ‘알맨’(R-Man)이다. 아프리카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회복시켜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복구관리자’(Recovery-Manager)‘의 줄임말 ’알맨‘. ’아프리카 홀릭‘이 된 지 10여년, 그 자산을 마중물 삼아 한 사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년차 스타트업 대표 ’알맨‘은 그의 바람처럼 아프리카 진출자를 위한 ’복구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기사·인포그래픽=비즈업 유병온 기자 on@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제작= 비즈업 김현주 PD
원문보기 http://naver.me/IGiIsP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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