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인터뷰] 홍보비 150만원으로 66만 회원 모은 비결? “고객에게 집중했기 때문”

모임 중개 O2O 플랫폼 '온오프믹스'

지난해 8월 초 글로벌 시가총액 톱 5’를 정보기술(IT) 기업이 싹쓸이했다는 미국발 보도가 쏟아졌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었다. 실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힘입은 IT 공룡 기업이 천하를 호령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IT 산업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란 공급자·수요자·개발자 등 여러 이해 당사자를 하나의 공간으로 유인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소비재 유통 중심의 오프라인 플랫폼이 전통적인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다. 최근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둘을 통합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정 한 분야의 서비스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버티컬(vertical) 플랫폼’이 강세다. 우버’(운송), 에어비앤비’(숙박), 링크드인’(취업정보), 스냅챗’(사진 메신저)처럼 한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 기업들 스타트업계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행사·모임 중개 플랫폼 온오프믹스’(onoffmix)는 국내 버티컬 플랫폼 산업의 노장급’ 플레이어다. 올해로 7년차를 맞은 이 회사는 오프라인 행사나 모임을 진행할 때 필요한 웹사이트 제작과 홍보·참가비 모금·행사 상품 구매 등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해결해주는 O2O 서비스업체다. 행사 주최자가 홈페이지에 가입해 행사 정보를 입력하면 홍보용 웹사이트가 자동 생성되며, 장소 대관부터 영상 제작까지 행사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행사 정보를 제공받고 원하는 곳에 참가 신청 가능하다. 고등학생 때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차리며 일찍부터 창업가의 길을 걸었던 양준철(33·사진) 온오프믹스 대표는 당시 느꼈던 불편함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다 보니 뭐라도 배워야 할 것 같아서 창업과 관련된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관련 정보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서 정보를 얻기가 불편했어요. 행사 신청도 사이트별로 회원가입을 해야만 가능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도대체 어디에 가입했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더군요.”

분산된 창구 때문에 행사 정보를 얻는 일이 늘 번거로웠던 양 대표. 20대 초반 한 IT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한 양 대표는 그때의 경험을 도화선 삼아 행사 정보 플랫폼’을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내 행사를 앞두고 외부 업체에 행사 홍보용 웹사이트 제작을 맡겼는데, 딱 한 번 치르는 행사에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양 대표는 행사를 주최하는 쪽은 홍보에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정작 행사 참가자는 어디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기본 정보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양쪽의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창업 아이템을 결정한 양 대표는 친한 개발자를 사업 동지 삼아 지난 2010년 2월 O2O 모임 중개 플랫폼 온오프믹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온오프믹스를 통해 진행된 행사는 총 8만5,000여건. 누적 참가자는 158만여명에 달한다. 4회에 걸쳐 프라이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20억원을 투자받았고 지난해엔 연매출 8억4,000만원을 달성하며 손익분기점(BEP)를 달성했다. 양 대표는사실 플랫폼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지난 7년 동안 온오프믹스가 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O2O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윤을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선결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후에도 사업이 유지되기 위해선 이용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O2O 비즈니스의 주요 수익모델이 중개수수료인 것도 사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의 입장에선 굳이 수수료까지 내고 온라인으로 진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기 때문. LG경제연구원 또한 O2O 서비스의 두 얼굴, 한계성과 혁신성’이란 자료에서 O2O 서비스는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개자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라면서중개자 몫으로 돌아가는 수수료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도 쉬워 중개플랫폼을 우회하려는 니즈가 큰 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거래 수익 외에 부가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만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장애 요인이 많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믹스는 지난 7년간 사업을 유지하며 O2O 플랫폼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66만 회원을 모으기 위해 지금까지 들인 홍보비는 단 150만원. 사실상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무사히 안착시켰다. 

온오프믹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기존 오프라인 산업의 비효율성을 해결해줬다는 점. 행사 웹페이지 제작·모객을 위한 마케팅 활동·장소 대관·참석자 관리 등 행사 진행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하나의 공간에서 해결해줌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준 것.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고 외주업체를 통한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웹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 보니 거래 수수료를 내더라도 온오프믹스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행사 주최자들이 늘어나게 됐다. 행사 주최자와 참석자를 매개해주는 것 외에도 영상제작업체, 행사 물품 대여업체 등을 연결해주며 수익모델을 다각화한 것도 사업 성공 요인이었다. 양 대표는 고객의 피드백에 집중했던 것”을 마지막 성공비결로 꼽았다. 

“창업 초기에는 욕을 많이 먹었어요. 사이트가 엉망이다’, 뭐 이런 걸 만들어놨냐’ 등등 안 좋은 댓글이 많았죠. 그 댓글에 일일이 제가 답을 달았어요. 지금은 인원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지만 저희가 조금만 더 상황이 나아지면 지금 지적한 부분들 다 고치겠다고 말이죠. 실제로 그때 받은 댓글 300~400개를 다 적어서 남겨두고 투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씩 고쳐나갔어요.”



실제 양 대표는 첫 투자유치에 성공한 뒤 가장 먼저 사이트 개편작업을 시작했다. 베타 테스트 동안 사용자들이 지적한 온오프믹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개편을 마친 뒤에는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해 고객의 반응을 확인했다. 홈페이지나 이메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만이 들어올 경우 다른 회원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해 추가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고객이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배우기 위해 행동심리학이나 철학 공부까지 했다”면서 플랫폼 사업은 결국 사용자를 바라보고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진짜 무서워요. 서비스가 진짜 엉망이면 보는 순간 바로 머리에서 지워버리거든요. 댓글이라도 남겨서 욕을 한다는 것은 그나마 애정이 있는 거에요. 온오프믹스는 그 애정에 집중해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어요. 그 덕분에 홍보비를 거의 쓰지 않고도 자연적으로 66만명이란 충성 회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양 대표는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회원들에게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뉴스레터를 보낸다. 플랫폼의 성공을 좌우하는 마지막 키’는 결국 사용자에게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온오프믹스의 목표는 모임이나 행사를 운영하는 사람, 참석하는 사람, 상품을 파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에요. 행사 기획 시장의 모든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온오프믹스가 망하고 싶어도 못 망할 거에요. 고객들이 먼저 찾는 곳이 되니까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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