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인터뷰] “제값에 옷 못 사는 당신의 호갱 지수를 낮춰드립니다”
2017/01/20
비즈업
패션 O2O 플랫폼 ‘브리치’의 이진욱 대표 인터뷰
직장인 A씨는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다. 며칠전 가로수길 패션숍에서 구입한 원피스와 똑같은 상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선 2만원이나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걸 봤기 때문. 당장 그 가게를 찾아가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한번 입어본 터라 그럴 수가 없다. 좀 더 알아보지 않고 지갑을 열었던 자신이 바보같다는 자책만 할 뿐.
직장인 A씨를 우리는 언젠가부터 ‘호갱’(호구+고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호갱이 되는 일은소규모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구매할 때 흔히 일어난다.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 의류와 달리 길거리의 패션숍에서 판매되는 상품엔 통일된 가격 시스템이 없기 때문. 6만원짜리 셔츠가 옆 골목 가게에선 4만5,000원에 팔리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는 그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무엇이 ‘제값’인지 알기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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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브리치’(brich)의 이진욱(35·사진) 대표는 이런 불편함에 대해 "똑같은 옷인데도 패션숍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라 소비자가 ‘호갱’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길거리에 있는 패션숍에선 어떤 게 합리적인 가격인지 소비자가 파악하기 어려워요. 옷의 재질이나 세탁법, 상세 치수 등 상품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도 많지 않죠. 통합된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이 커요.”
‘호갱’이 아닌 ‘스마트컨슈머’(똑똑한 소비자)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 대표. 그래서 지난해 1월 패션 O2O 플랫폼 ‘브리치’를 창업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패션뷰티 사업부장을 거치며 쌓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한 케이스.
‘브리치’는 오프라인 패션숍의 상품 정보를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검색하고 구매·교환·환불까지 할 수 있는 ‘옴니(Omni·모든)’ 채널로,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어디서든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으로 미리 상품정보를 얻은 뒤 오프라인에서 옷을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오프라인 숍에서 본 상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는 플랫폼”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권을 넓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리치와 제휴한 오프라인 패션숍은 총 400여곳이다. 모두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홍대, 경리단길 등 소위 ‘패션 거리’에 위치한 상점들이다. 이 대표는 “독특한 패션 철학을 가진 보물 같은 가게가 많다”며“그중 온라인 쇼핑몰을 따로 운영할 여력이 없는 업체들과 협업해 온라인으로도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포함한 브리치의 월평균 이용자(MAU)는 약 30만명. 최근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동닷컴’과 제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재영 브리치 운영팀장은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패션숍 매출의 70~80%가 요우커(중국 관광객)에게서 나올 정도로 한국 패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브리치를 통해 국내 패션숍들에게 중국 진출의 통로를 열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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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치는 유명 패션 거리에 위치한 패션숍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O2O 패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료제공=브리치 홈페이지])
이 대표의 직함은 ‘대표’가 아닌 ‘골목대장’. 국내 패션 거리의 모든 정보를 브리치에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저 역시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티셔츠 한 장을 사더라도 몇 번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구입하죠. 그런 저도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땐 ‘호갱’이 됐던 적이 많아요. 브리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에 옷을 구입하고 합리적으로 쇼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 싶어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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