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마인드] 리더가 아닌 리더들.
2014/02/27
기업 운영/관리
1924년생 미국의 경영인 리 아이오코카는 현대 경영계에서 가장 화려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포드사에서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쌓았고, 자신이 충성을 다했던 포드에서 해고된 후, 경쟁사인 크라이슬러에 입사해 1980년대의 크라이슬러의 부활에 크게 기여한다. 그 공로로 인해 그는 크라이슬러의 사장, CEO, 회장까지 역임했다.
이런 경력만 놓고 보면 아이오코카가 훌륭한 경영인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당료병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현재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동차 산업에서 일했을 때의 그는 전형적인 자기 중심적 리더였다. 그에게 '팀'이란 립서비스였을 뿐이고, 경영의 목적은 '스타'로서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위의 경력의 이면을 한 번 생각해보자. 아이오코카는 포드에서 엔지니어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결국 그런 자기 중심적 성격으로 인해 해고당한다. 그는 남의 조언은 묵살하고, 자기의 의견만 고집하며, 일이 잘 될 때는 모든 걸 자기 공으로 돌리면서도, 일이 안 될 때는 상황과 환경, 타인에게서 변명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해고 이후에도 그는 바뀌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삶의 자세를 돌아보기보다는 회사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뛰어난 자기를 몰라준 포드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는 데 전력을 다한다. 결국, 아이오코카도 능력은 있는 사람이므로 크라이슬러는 부활에 성공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이오코카는 크라이슬러가 위대한 기업이 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목적은 여전히 자기가 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크라이슬러의 경영이 다시 위기에 빠졌을 때도, 그는 회사를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는 리더인 척했지만, 사실 리더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리더가 아닌 리더들, 자기 밖에 모르는 리더들 중에 언론 플레이는 잘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중은 그들이 좋은 리더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노자가 일찍이 말한 것처럼 사악한 리더는 부하들에게 경멸을 받는 리더고, 좋은 리더는 부하들에게 인정을 받는 리더지만, 탁월한 리더는 부하들이 모든 일을 다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즉, 정말 좋은 리더는 그들이 리더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그들 밑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신이 나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들 조직이 갈수록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다.
달리 말하면, 어떤 리더가 정말 좋은 리더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려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하는 말의 절반 이상이 자기 자랑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키워주는 데 관심이 있는지(동료, 부하, 고객들에게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를 보면 된다.
꽃이 화려하다고 열매가 꼭 실하지 않은 것처럼, 스스로를 화려하게 꾸미는 데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사람일수록, 실상은 리더보다는 사기꾼에 가까운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김재연
기술이라 쓰고 인간이라 읽는 정치학도. 네이버 서비스 자문위원을 맡은 적 있고, 스타트업에서 전략 매니저로 일한 바 있다. 블로터닷넷과 주간경향 등에 IT 칼럼을 기고하고, 쓴 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소셜 웹이다', '소셜 웹 혁명', '누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죽이나'가 있다.
경영, 리 아이오코카,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