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마인드] 결코, 결코, 결코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
2014/03/06
기업 운영/관리
인간이 기계라면 시비를 가리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아쉽게도, 혹은 다행이게도,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인간은 팩트와 논리뿐 아니라, 상호 존중과 이해, 공감(empathy)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완고하고 인색한 남자친구 혹은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목걸이를 선물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다짜고짜 날 사랑한다면, 이 목걸이를 사달라고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상대방은 그걸 통제 내지 강요로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 그는 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전과 다를 바 없이 당신의 요구를 거절할 것이다.
차라리 접근법을 살짝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남자친구에게 혹은 남편에게 여기 반지와 목걸이가 있다고 말하자. 그리고 반지가 더 갖고 싶긴 하지만, 이미 반지는 하나 있기도 하고, 가정 경제가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으니, 목걸이를 선물받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자. 왜 이 접근법이 더 설득력이 있냐면, 이 방법은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가 자신이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똑같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목걸이를 선물해주는 길을 택할 것이며,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반지도 선물할 마음이 들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스킨십이 필요한 건 연인, 부부관계뿐 아니다. 끓임없는 협상, 타협, 조율의 과정인 대다수의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협상 전문가인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가 그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지적하였듯이, 협상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소통에서 실패하기 때문이며, 소통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 입장이 아무리 정당하다거나 혹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니고, 상대방이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내 주장을 받아들이는 건, 그 사람이 먼저 이해받고, 공감받고 있다고 느껴지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모든 성공적인 소통, 그리고 협상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강도를 만나도, 상대방을 존중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고, 그 강도에게 필요없는 나머지 소지품은 돌려받을 수 있다. 잘 풀리지 않는 비즈니스 협상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가려한 곳을 긁어주면, 예상외의 곳에서 진전을 만날 수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모든 것은 소통이, 협상이 가능하다.
즉, 협상의, 소통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자면 그것은 결코, 결코, 결코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드럽게 말을 건네고, 결코 화를 내지 않고, 그 사람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기준과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누구와도, 더 나은 소통, 더 나은 협상이 가능하다.
남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라.
김재연
기술이라 쓰고 인간이라 읽는 정치학도. 네이버 서비스 자문위원을 맡은 적 있고, 스타트업에서 전략 매니저로 일한 바 있다. 블로터닷넷과 주간경향 등에 IT 칼럼을 기고하고, 쓴 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소셜 웹이다', '소셜 웹 혁명', '누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죽이나'가 있다.
소통, 협상, 스튜어트 다이아몬드